밤 10시, 서울의 시계가 멈췄다. 2차와 3차로 이어지던 ‘N차 문화’의 사멸은 단순한 불황 때문이 아니다. 우리 사회가 겪은 거대한 사회적 실험과 인구 절벽이 만난 ‘구조적 작별’의 현장을 취재했다.
▶ 9시 셧다운이 남긴 뜻밖의 유산: “술기운 없는 관계의 발견”
2년 전 거리두기가 해제되면 주점가는 다시 인산인해를 이룰 것이라 믿었습니다. 하지만 데이터는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외식업체 전체 매출 중 주류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21.5%에서 현재 14.2%까지 급감했습니다.
그 배경에는 코로나19가 강제로 주입한 ‘절제의 학습’이 있습니다. “취하지 않아도 대화는 통하고, 밤 11시에 귀가하지 않아도 관계는 유지된다”는 사실을 전 국민이 3년간 몸소 체험한 것입니다. 직장인 A씨(38)는 말합니다. “예전엔 3차까지 가는 게 예의인 줄 알았는데, 막상 안 해보니 다음 날 아침이 너무 소중하더라고요. 이제는 억지로 마시는 술자리가 오히려 비효율적으로 느껴집니다.”
▶ ‘뉴비’가 사라진 시장, 인구 절벽의 역습
주류 시장을 더 절망케 하는 것은 숫자로 증명되는 ‘마실 사람의 소멸’입니다. 주류 시장에 새로 진입하는 20세 성인 인구는 1990년대 중반 연간 70만 명대에 달했지만, 현재는 20~30만 명 수준으로 60% 이상 쪼그라들었습니다.
시장을 지탱할 신규 유입층(Entry User) 자체가 무너진 상황에서, ‘부어라 마셔라’ 식의 대량 소비 문화는 더 이상 작동할 동력을 잃었습니다. 기성세대는 건강을 위해 잔을 내려놓고, 신세대는 애초에 머릿수가 적은 데다 술을 ‘멋’이나 ‘성공’의 상징으로 보지 않습니다.
▶ 카드 내역이 말하는 밤의 정적: “2차는 없습니다”
카드사 빅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밤 10시 이후 유흥 상권에서의 결제 비중은 코로나19 이전 대비 35% 이상 하락했습니다. 반면 저녁 8시 전후의 식당 결제는 집중도가 높아졌습니다. 1차에서 가볍게 반주를 곁들이고 대중교통이 끊기기 전 귀가하는 ‘조기 귀가’가 하나의 사회적 매너이자 규범으로 정착된 것입니다.
[데이터프레스의 눈석] “지갑이 닫히기 전, 마음이 먼저 돌아섰다”
지금의 주류 소비 감소는 단순한 소비 위축이 아닙니다. 코로나19가 방아쇠를 당긴 ‘관계의 재정의’와 인구 구조가 불러온 ‘필연적 수축’입니다.
대한민국의 밤은 이제 다시는 예전처럼 소란스럽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술잔 뒤에 숨겨진 피로를 목격했고, 술 없이도 서로를 마주 보는 법을 이미 배워버렸기 때문입니다.
[특별기회 ] 대한민국 주(酒)류의 종말과 탄생
1부 : “술 없이도 괜찮네요”... 우리가 코로나 3년에 배워버린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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